시험 끝난 지 어언 2주일, 부모님과 선생님께 보여드릴 자퇴계획서를 작성했습니다.


(Eugene Binary) #1

글이 상당히 깁니다. 당연히 안 보셔도 되지만, 여러분께 첨삭할만한 내용, 혹은 반박 의견 등을 듣게 된다면 무척 좋을 것 같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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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퇴계획서

안녕하십니까?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이과)에 재학중이고, 자퇴를 고민하는 이유진입니다. 이 글은 자퇴에 대한 제 생각을 부모님, 선생님, 저에게 조언을 해주실 분들 등에게 보여드리기 위한 것으로, 대상에 따른 평어/경어의 구분 없이 경어로 일관하여 작성하였습니다. 꼼꼼히 읽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자퇴를 맨 처음 생각한 것은 고1 1학기 2차 지필고사가 종료된 후였습니다.
당시 저는 해외 대학을 진학목표로 삼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여름방학 동안 고민하다가 2학기 1차 지필을 치르기 전에 부모님과 선생님께 자퇴에 대해 말씀드리고 상담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저는 마음을 돌리게 되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해외 대학을 목표로 한 자퇴는 저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에게도 큰 부담이 가는 방향이었기 때문에 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저는 해외 대학에 대한 미련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국내 대학으로, 그 중에서도 카이스트로 목표를 돌렸습니다.
저는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그렇지만 학업과 진로 둘 다 너무 늦게 시작한 것 때문인지 둘 다 잘할 수는 없었습니다. 카이스트를 가려면 일반고 재학생인 제 입장에서는 일반전형이 아니라 정시나 특기자 전형을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더 많았던 저는 소프트웨어 특기자 전형으로 카이스트를 가고자 결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저는 너무 늦게 시작했고, 내신과 경시대회 모두를 챙기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이미 1학년 내신이 자퇴 사건으로 인해서 멘탈이 불안정해지고 소생불가능한 수준까지 내려가 버린 이후기도 했죠. 저는 고1 겨울방학동안 고민을 거듭하다 2학년을 경험해 본 뒤에 결정하자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장장 9개월에 걸친 고민이지요. 그 동안 많은 생각을 했지만 저는 카이스트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에 갈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도중에 학사편입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학사편입은 ‘독학학위제’, ‘학점은행제’ 등의 제도로 대학을 다니지 않고 학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대학에 편입해 3학년부터 다니는 편입학 방법입니다. 저는 자퇴를 하고 이 방법으로 대학을 가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제가 얼마나 학위를 빨리 따느냐에 따라서 부모님께 가는 부담이 확연히 차이가 나고, 고2 것도 완전히 배우지 못한 제가 학부 전공 수준의 지식을 빠르게 이해하여 학사를 취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으므로 포기했습니다. 그런 뒤 저는 근본적인 수학(修學)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뭘 하든 안된다는 걸 깨닫고 학업과 수능을 저울질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카이스트를 간다는 것을 전제로 생각해보았고, 학업으로 내신을 따서 가는 것은 애초에 불가했으므로 수능을 바라보게 됩니다. 사실, 수능을 보는 것은 학교를 다니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제가 자퇴를 고민할 필요도 없지요.

자퇴하고 수능 준비를 하려는 이유
학교를 다니면서 수능을 준비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집에서 학교로 가는 데 드는 시간은 편도로 40분. 왕복이면 1시간 20분입니다. 자퇴를 하면 그만큼의 시간을 아끼게 되는 셈입니다.
그리고 학교에 다니면서 내신을 포기하고 수능에 모든 정신을 쏟는 것은 불가합니다. 물론 선생님들께 말씀드리고 맨 뒷자리에 앉아 수업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자습할 수는 있겠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이벤트(조별과제, 안전 등 기타 교육, 단체학습활동 등)는 피할 수 없습니다. 학업에 대한 부담도 완전히 걷어낼 수 없습니다. 집중력은 분산될 것이고, 학습 계획도 제 마음대로 짤 수 없으니 이는 곧 시간의 낭비로 이어집니다. 그렇게 낭비를 거듭하다 보면 저는 목표한 시간내에 원하는 결과를 얻기가 훨씬 힘들어질 것이고, 결국 학교를 나와서도 재수라는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겁니다.
반대로 자퇴를 한다면 저는 또래 애들에 비해 수능 준비의 기간이 대폭 늘어나게 됩니다. 하다못해 똑같이 20년도 수능을 치더라도 고3 여름방학부터 전력으로 준비한 것과 지금부터 전력으로 준비하는 것은 크나큰 차이가 있겠죠. 그때 가서 재수를 하더라도 제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되는 겁니다.

예상되는 반박에 대한 답변

  1.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사회성 함양의 장소이기도 하며, 그 밖에도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은 제 사회성을 측정할 수 있습니까? 애초에 사회성을 기른다는 것은 뭘까요? 단계적으로 나눌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연속적인 것입니까? 제 질문이 너무 사변적인가요? 그럼 이건 어떨까요. 저는 교우관계가 원만하고 지금까지 친구들과 별 사고 없이 지내왔습니다. 학급에 필요한 일이면서 저도 흥미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제가 아는 선에서는 선생님들에게도 가급적 누를 끼치지 않도록 행동해 왔습니다. 저는 반사회적인가요? 아니면 제가 자퇴를 하면 갑자기 제 태도가 반사회적으로 변하나요? 예상컨대 둘 다 아닐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은 학교 안보다는 밖이 더 많을 것 같아요.
    학교에서 인정하는 다양성만 다양성은 아니지요. 선생님들이 가끔 하시는, ‘이런 사례도 있단다’ 같은 말씀이나, 인문학 강의에서는 꼭 ‘자신의 꿈을 쫓아라’ 라고 하던데, 실제로 다양성이나 꿈을 쫓으려 하면 말리는 분들이 대부분이더군요.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공격적이고 싶진 않지만, 그런 말씀을 하기 전에 본인의 모순을 먼저 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2. 학교에서 가르치는 건 다 수능에 필요하다. 학교 나가서 공부하는 건 더 힘들다.
    → 물론, 학업이 수능과 연계되는 것은 압니다. 그런데 전술했듯이 저는 학교를 다니든 안 다니든 수능을 볼 겁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수능 준비를 한다면 전 뒷자리에 앉아서 독학할 겁니다. 이러나 저러나 혼자 하는 공부라면, 자퇴하고 혼자 한들 그렇지 않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리고 공부는 어차피 의지싸움입니다. 이 글을 보는 분들도 다 알고 계시겠지만 이것만은 현역 학생인 제가 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1학년때 어떤 일을 겪었는지 위에 간략하게 서술해 놓았지요? 거기서 조금 더 파고들자면, 사실 전 고등학교 입학 내신이 140이었습니다. 중학생 때 시험은 대충 50점 전후로 맞고, 수행평가 하나도 안 챙기고, 출석이나 멀쩡히 하면 나오는 형편없는 내신이지요. 그런데 예비 고1이 되니 그런 놈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생기기 시작하더랍니다. 그러다 찾아간 학원 선생님께 조언을 듣고 대오각성하여 인생 처음으로 건설적인 목표를 가지고 학업에 용맹정진하여 얻은 성적이 당시 반 4등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꼴찌에서 수위를 다투던 제가 고등학교에서 나름 상위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된 원동력은 ‘목표’, 즉 의지입니다. 본인의 의지에 비한다면 다른 것들은 정말 사소한 정도의 도움밖에 안 됩니다. 그리고 저는 자퇴가 제 의지를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최선의 결과를 내도록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의지 굳이 꺾어서 학교에서 수능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인지는 정말 의심해 봐야 할 일일 겁니다.

  3. 굳이 카이스트를 가야 하나?
    → 네. 저는 향학열이 꽤 있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최고의 환경에서 좋은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며 공부하고 싶습니다.
    저는 현실과 타협하고 싶지 않습니다. “공부는 카이스트에서만 하는 거냐”, “좋은 동기는 거기에만 있냐”, “어딜 가든 의욕만 있으면 공부는 다 하는거다” 같은, 제 생각과 고민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틀에 박힌 ‘조언’ 레퍼토리는 저 역시도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느껴집니다. 도망칠 구멍을 마련해 두면 반드시 거기로 도망치게 되지요. 그래서야 향학열이고 뭐고 인생 자체가 뜻대로 안 흘러갈 겁니다.
    그리고 대학은 인생을 가르는 큰 분기이니 후회말고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는 주변 사람들이 대학을 가기 위해 자퇴한다는 사람은 왜 그리 뜯어말리나 모르겠습니다.

  4. 넌 어차피 카이스트 못 간다.
    → 그냥 단언하겠습니다. 제일 악질입니다. 말을 어떻게 포장해도 뜻은 저겁니다.
    그리 길지 않은 삶이지만 지난 9개월이 제 삶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 동안 고민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우리나라 자연계/이공계 최고의 대학입니다.
    일반전형으로는 대부분 특목고에서 내신이 좋은 학생들이 선발되거나 영재학교 제도로 학점을 딴 학생들이 입학하며 특기자 전형으로는 그 분야에서 준전문가 수준의 괴물같은 학생들이 선발되고 정시선발은 상위 0.05%의 학생들이 치열하게 다투는 바늘구멍이라는 거, 압니다. 제가 그 바늘구멍을 뚫는 모험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알면 현실하고 타협하고 조용히 살 것이지 왜 주제에 안 맞는 꿈을 꾸냐” 고 하실 겁니까? 그런데 그런 식이라면 세상에 영 못할 일이 참 많군요.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 여러분이 저보다 오래 살았고, 저보다 앞서 배웠고, 저보다 인생에 굴곡이 많더라도 여러분은 제가 어디에 서 있는지 모르지요. 제가 만약 2차원 좌표계 위의 한 점이라면, 여러분은 제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이나 할 수 있습니까? 여러분이 가진 잣대로 저를 재단하시면 안 됩니다. 여러분의 삶을 통해 세워진 인문학은 주관적인 가치를 가집니다. 제가 카이스트를 못 가는 게 무슨 자연법칙으로 정해져 있지 않는 이상은 여러분이 내 한계를 설정하는 건 그냥 폭력입니다. 어떻게 입으로는 폭력 안된다 안된다 하시는 분들이 그리 자연스럽게 폭력을 행사하시는지 궁금할 따름이군요. 너무 독설적이라 읽기가 불편하셨나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하고 얘기한 사람들, 열이면 열은 저 말을 하면서 훈계를 하려 들길래 저도 조금 강경하게 나가고 싶었습니다.

  5. 너는 자퇴생에 대한 편견이 창궐하는 사회(현실)를 너무 모른다.
    → 안 억울하려고 카이스트 가는 거죠.
    과학기술원 나왔다고 하면 “쯧쯔… 역시 가방끈 짧은 자퇴생이라 기술이나 배우고 앉았구먼…” 이럽니까? 정말 걱정되는군요.
    그 왜, 옛말에 힘으로 흥한 자 힘으로 망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학벌로 사람을 판단하는 미개한 문화는 학벌로 찍어눌러주면 됩니다.
    물론 카이스트를 학벌 얻으려고 가는 건 아니고, 부차적인 이득입니다.

  6. 네 계획이 실패하면?
    → 실패할 경우를 고려해야겠지요. 제 이상이 있는 곳까지 닿지 못했을 경우에는 그 시점에서 가장 알맞는 선택을 할 생각입니다. 검정고시 점수를 내신으로 치환해서 대학에 지원할 수도 있고, 수능 점수로 대학을 지원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지만 고등학교 재입학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 정도 용기도 없으면 애초에 자퇴 얘기는 꺼내지도 않았겠지요.

자퇴 후 학습 계획
일단은 검정고시를 준비해야겠지요. 검정고시는 자퇴가 수리된 후 6개월 후에 응시할 수 있는데, 검정고시는 매년 4월과 8월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년 4월 검정고시를 봐야겠군요. 하지만 내년 4월까지 검정고시 준비만을 하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므로, 검정고시 준비는 응시 2달 전부터 하고 나머지는 수능 준비에 쏟을 생각입니다. 저는 수능의 탐구 영역 중에서 물리와 지구과학을, 둘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은 II과목으로 응시할 겁니다. 수능 과목은 언어, 수리, 외국어, 물리, 지구, 국사 총 7과목을 응시하게 되겠네요. 검정고시 응시 전까지는 수학을 고3 과정까지 끝내고, 영어는 단어 외우고 문법교재로 기초를 다진 뒤 기출문제를 풀며 학습하고 과탐은 둘 다 적어도 I까지는 끝내놓을 생각입니다. 자퇴하고 얻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현실적이다 못해 널널한 수준이지요. 검정고시 응시 후에는 평범한 재수생처럼 수능을 준비하려 합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구요. 가슴으로 하는 것도 아니구요. 엉덩이로 하는 겁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절대적인 시간이 중요하다는 말이지요. 그 시간을 얻기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가 필요합니다. 저는 학교에서 공부하면 도저히 의지가 생길 것 같지 않습니다. 이유는 전술하였으니 아실 겁니다. 아무튼, 공부는 무엇보다도 의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저는 1학년 때 자퇴 사건을 겪고 의지가 없는 사람은 정말 인형처럼 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당시 제가 그랬거든요. 아직도 그 상처는 남아서, 다 아물지 않았습니다. 그때 이 열정이란 것이 아예 사라져 버린 줄 알았는데, 불씨나마 남아서 재기의 바람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하지만 이번에도 다시 꺼트려진다면 그 때는 정말 어찌될 지 모르겠습니다. 1학년 때는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 때 얻은 교훈이 뭔지 짐작이 가시나요?
“머리가 시키는 대로 하면 손해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한다.”

차 한 잔 마실 시간(一茶頃)동안 생각한 것은 딱 그 정도의 가치가 있습니다.
오랜 기간 심사숙고하며 마침내 내린 결론은 그 정도의 가치가 있지요.
저는 9개월동안 고민했습니다. 여러분에게 저와 같은 정도의 시간을 갖고 고민한 뒤 말해달라는, 이기적인 부탁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너무 쉽게 결론짓지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또 이것 한 가지는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옳은(Right)길을 갈지라도, 저는 남겨진(Left)길을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왼쪽(Left)이 제 심장에 더 가까우니까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ugene Binary) #2

혹시 저 긴 글을 접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봐도 눈이 괴롭네요.

여기 계신 분들께는 항상 도움만 청하는 것 같아 무척 죄송합니다.
이 건수가 완전히 정리되면 좀 쓸모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흰발군) #3

저랑 상황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결과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일단 적당히 살고자 하는 것보다는
재미있는 선택인 것 같네요.

어쨌든 열심히 하시고
좋은 경험되셨으면…


(Eugene Binary) #4

덕담 감사합니다. 저하고 어떻게 비슷하신지는 모르겠지만, 흰발군님도 좋은 경험 되시길 바래요!


(프로책팔이) #5

제가 말하고 싶은 유일한 한 가지: 꼼꼼히 읽고 준비하세요.

위에서 말한 계획에 믹히는 차질이 없는지 알아보시고 하세요.

그리고 혼자서 하면 나태해지는 사람도 있으니 안 나태해지는 쪽으로 밀어붙여서 하세요.

솔직히 원격으로 실물을 보지 않고 답변해주는 제가 얼마나 도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Eugene Binary) #6

응당 그래야지요! 당연한 만큼, 무엇보다 공감되는 말씀입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P.노우렛지Δ) #7

한때 (말로만) 의대를 희망하면서도 노력따위 집어치웠던 사람이 한줄 남깁니다.

저지르는건 마음대로 입니다. 다만 저지르고 나면 제대로 불태우세요. 모든 것은 자기 책임입니다.

(Eugene Binary) #8

저도 제가 무작정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만약 제가 충분히 열심히 했어도 떨어질 수 있는 게 카이스트기도 하구요. 말씀대로, 불태울 각오로 해야겠지요.
조언 감사합니다! 역시 여기 분들이 해주시는 말씀은 하나하나 꽂히네요.


(P.노우렛지Δ) #9

각오가 아닙니다.

하세요.

이런 선택에는 각오같은 거창한거 끼얹어봐야 용두사미 되기 딱 좋습니다.


(Vertex) #10

이 부분은 다음처럼 간소화 할 수 있습니다.

그간 제가 보여왔던 행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정신적으로 충분히 성숙되었습니다. 지금 제가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목표를 위헤 남은 고등학교 재학기간 동안 만들 수 있는 추억들을 기꺼이 희생 할 수 있는 준비 또한 되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부분에서 필요한 부분은 "사실 전 고등학교 입학내신이 140이었습니다"를 포함해서 “합니다” 까지 입니다. 그 외에는 필요 없습니다.

사실 전 고등학교 입학 내신이 140이었습니다. 중학생 때 시험은 대충 50점 전후로 맞고, 수행평가 하나도 안 챙기고, 출석이나 멀쩡히 하면 나오는 형편없는 내신이지요. 그런데 예비 고1이 되니 그런 놈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생기기 시작하더랍니다. 그러다 찾아간 학원 선생님께 조언을 듣고 대오각성하여 인생 처음으로 건설적인 목표를 가지고 학업에 용맹정진하여 얻은 성적이 당시 반 4등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꼴찌에서 수위를 다투던 제가 고등학교에서 나름 상위권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된 원동력은 ‘목표’, 즉 의지입니다. 본인의 의지에 비한다면 다른 것들은 정말 사소한 정도의 도움밖에 안 됩니다. 그리고 저는 자퇴가 제 의지를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최선의 결과를 내도록 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다음 문장을 추가하시면 됩니다.

제가 부족한 건 물론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선생님, 부모님께 조언을 구해 보완해나아가겠습니다. 저는 간절하기에 허락해주신다면,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이 두 질문은 본질적으로 같은 질문입니다. 하나로 합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제가 추천하는 답변은

목표가 확고하면 이룰 수 없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는 어리석습니다. 하지만 10대라서 해볼 수 있는 미친 짓 아닐까요? 되든 안 되든, 남는 것은 분명히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 굳이 넣으실 필요 없을 거 같습니다.


이 부분은 다음처럼 간소화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전한 수능 성적을 가지고 현실과 타협하겠습니다.


이거 외에도 수정할 부분이 많이 보이는데 글이 너무 길어질 거 같아서 번호달린 것만 지적했습니다.

이 글로 하여금 작성자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글에서 보이는 공격성을 많이 제거해야 할 거 같습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수능으로는 카이스트보다 서울대학교가 들어가는 게 쉽습니다. 현실성을 고려해서 설득력을 높이고 싶으시다면 마음속의 목표는 카이스트로 내버려두시되 계획서에는 서울대학교라고 쓰시는 게 좋습니다.

끝으로, 말 뿐인 맹세가 되지 않기를 바라겠습니다. 더불어 성공하든, 성공하지 못하든 교훈이 남는 좋은 여정 되시기 바랍니다.


(Eugene Binary) #11

그렇지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평소에 하곤 합니다.
말보다는 행동이, 행동보다는 결과가 더 값지다. 너무 결과론적인 해석일 수도 있지만 저는 상당히 마음에 들어요.


(Vertex) #12

제 생각에 부모님, 선생님께 진지하게 보여드리려고 하시는거면 글을 아예 다시 쓰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Vertex) #13

작성자님이 마음속에 있는 응어리를 풀어내야할 대상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아닌, 현실에 존재하는 목표에 풀어내야 합니다.

이런 글을 쓸 때는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셔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했을 때 이건 계획서가 아닌 거 같네요.

도대체 뭘 계획했다는건가요


(Eugene Binary) #14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너무 성급하고 치기 어린, 한풀이용 글이었네요.
말씀해 주셔서 진짜 다행입니다. 예를 들어주신 부분을 꼭 염두에 두고 다시 쓰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제가 얼마나 부족하고 어리석은지 통감했습니다. 코톡에서는 얻어맞고 깨닫는 묘미가 있는 것 같아요.


(Vertex) #15

이 글과는 별개로, 시험이란 건 단순히 공부 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고 잘 봐지는 게 아닙니다. "공부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거지 "공부한 시간"이 많은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2번째, 3번째… N번째 기회를 기대하지 마시고, 기회는 한번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수험생활에 임해, 한번에 끝내세요.

2번째 기회를 갖게 된 사람들 중 대부분은 첫 번째와 똑같이 실패합니다. 3번째 기회도 있으리라 생각하거든요.


(Eugene Binary) #16

저 또한 동기들 수능 볼 때 끝내지 못하면 타협을 하려고 합니다.
솔직히 마음껏 쓸 수 있는 시간이 1년 반이나 있었는데 그 안에 수능 공부 못 끝냈으면 앞으로도 못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재수 삼수해서 시간 낭비하고 싶지도 않고. 애초에 자퇴가 시간 아끼자고 하는 거였으니만큼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다만 충분히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었는데 운이 작용해서 떨어지면 그건 재수를 고민할 것 같네요.


(THP_Aya ☆☆) #17

긴 글 맞네요.

접어두시려면

aaaa
[details=aaaa]
bbbb
[/details]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THP_Aya ☆☆) #18

저랑 같은 학년이고, 저도 내신 같은 건 이미 말아먹고 정시에 사활을 걸은 사람이기에 공감이 꽤 되는 글이네요. 저도 예전에 영재고에 카이스트를 희망했었지만 상술한 이유로 꿈을 줄인 것도 말이죠.

그렇기에 제가 따로 드릴 수 있는 말도 없는 것 같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있으시고, 앞으로 만족할 만한 삶을 살 수 있을지 생각해 보신다면-선택에 도움이 되시리라 믿습니다.

생각을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행동한 대로 행동하게 된다고 합니다(전에 들은 이후 절대 잊지 못하고 있는 말입니다.). . .
어느 길을 가시든 스스로 만족하실 수 있으면 그것이 옳은 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 정답이란 없고 결국 행복이라는 게 가장 큰 목적이니까요.

힘 내시기 바랍니다!


(바보털) #19

유진이는 알게 된 지 얼마 안된, 그것도 인터넷으로 알게 된 친구지만, 무언가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려)는 모습은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물론 인터넷이니까 속마음도 털어놓았던 것이겠지만…

처음 이 친구가 자퇴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무조건 말리려 했습니다. 흔치도, 편치도 않은 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진이는 그 뒤로도 여러 차례 자퇴를 고민하는 글들을 올렸습니다. 음, 아직도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학교가 싫은건지, 이대로는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는건지, 아니면 진짜 그냥 반항인지. 그러나 꽤나 오래 전부터, 무척 진지하게 고민해왔다는 사실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부러웠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아직 제 인생에 책임질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두려운 건 이 친구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그래서 여기에 이렇게 글을 올렸겠지요.

저는 이 친구보다 적게 경험하면 적게 경험했지, 인생의 경험이 많지는 않을겁니다. 그래서 이 선택 앞에 무엇이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그걸 알려주고 꾸짖는 건 여러분이 저보다 훨씬 잘 하실 겁니다. 대신, 저는 이 친구를 응원해 주려 합니다.

남 잘되는 꼴은 확실히 배아픕니다. 영화 '세 얼간이’에 나왔듯, 친구가 시험에서 떨어지면 눈물이 나고, 1등을 하면 피눈물이 납니다. 저도 이 친구가 카이스트에 붙으면 피눈물이 날지도 모릅니다 :slightly_smiling_face:

그런데, 그래도 역시 응원해 주고 싶습니다. 이기적으로 말하자면 같이 고민해준 시간들이 아깝기 때문이고, 이타적으로 말하자면 친구가 행복해야 저도 행복하기 때문입니다(이것도 이기적인가…?).


주변의 만류고 조언이고 하나같이 먹기 쓴것밖에 없을거야. 어차피 마음속으로는 다 결정이 났는데, 쓸데없이. 그런데, 시간 들여 조언 해주고 쓴말 해주는 것도 다 너 애끼는 사람밖에 없다는걸 알았으면 좋겠어. 응원이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선택했다면 힘내고, 나중에 기회되면 보자.

암튼 화이팅입니다.


(Eugene Binary) #20

고마워. 전부터 생각했는데 너는 나이답지 않게 굉장히 성숙한 것 같아.
넌 나보다 인생 경험이 적은 것 같다고 했지만 꼭 그렇진 않을걸. 네가 나보다 많을 수도 있어.
나보다 앞서 가 있고 친근하면서 날 이끌어 주는 게 형 같아서 많이 도움받고 있어.
어째 코톡에서 창피한 모습은 다 보이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응원해줘서 고맙다.
너처럼 진지한 조언 해주는 사람은 오프라인에서도 많지 않은데, 서로 얼굴도 못 본 사이에 이렇게 신경 써주니 마냥 고맙고 미안하네. 난 해주는 것도 없는데.
언제 오프라인에서 함 보자. 언제가 될 진 모르겠는데 네 얼굴 볼 때 창피하지 않을 수준으로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