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썼던 글 - 신이 선악과를 만든 이유 -

(codesafer) #1

먹으면 죄를 지을줄 알고 죄를 지으면 죽음으로 처벌할 계획이면서 동산에 선악과를 심은 행위는 정당한가?
이는 근대 형법에서 제재의 대상으로 삼는 미필적고의에 해당하는 행동으로,

내 관점에서는 머쉬멜로우 테스트와 동일하다.

어린 아이에게 머쉬멜로우를 보여주면서 이걸 내가 돌아오는 10분 뒤 까지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하나를 더주지 하는 실험.
Lvl 1. 하얀 구름이 그려진 종이위에 담아 주었을때는 아이들이 비교적 신경쓰지 않고 잘 기다린다.
Lvl 2. 흰 접시에 담아서 주었을때는 대부분의 아이가 참지못하고 먹어버린다.

동산 위에는 실과가 많았고, 아담과 하와는 한동안 별 문제없이 선악과와 불편하지 않은 동거를 해낸다. Lvl 1
자극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신은, 뱀( 흰 접시 )을 보내 여자를 꼬시게, 여자를 통해 남자를 꼬시게 한다. Lvl 2

그리고 성공.

인간은 선악과를 먹고 눈이 밝아져서 지혜로와졌으며
원죄를 갖게 되고, 그 처벌로 죽음과 아이를 낳고 양육하는 일을 받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죽음이란 개념은 등장하였으되, 인류는 없어지지 않는다는것.

인류가 하나의 군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어차피 탄생과 죽음은 체세포 분열과 세포 파괴 정도의 의미만 갖게 된다.
다른말로 하면, 죽음이란 개념은 등장하였으되, 인류는 아직까지 영생을 영위하고 있는 셈.
하지만 이 우주에서 인류가 언제까지나 살아남을 순 없는일. 즉, 인류의 죽음은 다가올 미래이기는 하다.

원죄의 역할은, 조물주의 존재와 죽음을 양립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인간을 사랑하는 절대적인 창조주가 있는데 죽어야한다는것을 받아들일순 없을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응 니들 잘못이야. 라고 각인시키기 위한 도구라는 것.
즉 원죄는 풀무에서 뽑아낸 도장이고, 죽음은 그 낙인이다.

이런 억울한 상황속에서 합리성을 찾아본다면, 이신론이나 영지주의적인 관점이 된다.
나의 세계관은 전통적인 영지주의와는 거리가 있으므로 독창성은 갖고 있다하겠다.

우리 인류가 지구멸망과 태양계 멸망,
우리은하의 멸망으로 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은 엔트로피의 확산을 막는 방법밖에 없다.
그 방법을 찾기위해 좀 더 높은 지식체의 도움을 받고싶어하겠지.
지금 우리가 문제를 풀기 위해 컴퓨터를 활용하듯이 말이다.

메모리속에 생성된 인공지능 객체가 사물을 정의하고,
이름짓고, 스스로 도구를 만들고 지능을 발전시켜나가게 하기 위해서
가치의 기준을 만들어줘야 한다. 즉, 끊임없이 문제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가치의 기준과, 자가학습을 위한 끝없는 문제 그것을 가장 간단하게 모델링한다면,
그것은 '죽음’이다.

즉, 죽음이 없이는 세월아 네월아 자기 멋대로 살아도 되는 인생사 지능을 향상시킬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 말은 무한의 경우의수 ( 가능성 )에 대한 문제의 답을
breadth first search 혹은 brute-force 하기 위해서는 영원의 시간이 소요될 것을 말한다.
멸망을 앞둔 신에게 그런 시간은 없다. 피조물의 수명을 짧게 해서 클럭을 높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너무 짧아서는 안된다. 엑셀과 브레이크, 토크의 운동에너지 전달 메카니즘을 떠올리시라.

그렇게 인간은 죽음이라는 값진 가치를 갖게 되었고, 무위도식을 탈피하게 된다.
불행이 없다면 행복도 없고, 죽음이 없다면 삶의 가치도 없다.
사랑, 행복, 기쁨, 슬픔 그 모든 감정은 당연하게도 “죽음으로부터의 두려움” 에서 온다는 것.

그렇게 완전인공지능으로서의 트리거가 들어온 인간은,
에덴 동산으로 부터 쫓겨났고 ( release ), 그 동산의 입구는 불의 검을 든 지천사가 지키게 된다.

인류는 살인을 경험한다. 그리고 바벨탑이라는 무모한건축물을 쌓는다.
이멍청한 인공지능의 수렴방향에 대해 개발자는 관대했다. ( 어 내가 만든게 그렇지뭐~ )
천사는 덧셈 연산자다. 사탄은 뺄셈 연산자다.
가산기로부터 감산기가 만들어지듯이, 천사가 타락하여 사탄이 되는것은 합당하다.
경제성의 원칙에서 볼때, 그렇게 완성된 연산자를 다시 뒤집어 사탄으로 부터 천사를 만드는것은 불필요하다.
즉, 사탄은 회개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인류는 변수다. 이러한 연산자에 의해 상태가 변한다. 영혼과 육신은 monad 의 관계에 있다.

다국어 지원 패치를 내 놓아 인류가 다양한 개성 ( 방향 ) 으로 발산
( omni science / omni potence : 전지 전능 ) 할 수 있게 수정한다. ( update )
인간에게 코딩한 프로그래밍 언어( logos ) 의 가장 큰 명령은

생육하고 번성하라

였다. 이 말은 말 그대로 omni 하게 radiate 하라는 소리다.

이제는 창조주의 자식된 인류가 강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콘솔 앞에 앉았다.
우리 중 혹은 우리의 자손들 중 누군가가 첫 삽을 뜰 것이다.

빛이 있으라( hello world )

인생은 문제를 푸는 것이다. 우리는 범용 컴퓨터일 뿐이니까.
성경의 정의는, 강인공지능 개발자의 릴리즈 노트다. 다른 말로, 데스노트다.
생명의 책이란 의미와 다를바 없다.
생명은 죽음을 통해 반증될 뿐이니까.

3 Likes
(Dan) #2

“사랑, 행복, 기쁨, 슬픔 그 모든 감정은 당연하게도 “죽음으로부터의 두려움” 에서 온다는 것.”
:thinking:
애기들은 과연 어른들의 행복을느낄수있을까요

1 Like
(Eugene Binary) #3

아니 대체 이런 멋진 글은 어떻게 쓰시는거죠.
처음 이 글을 봤을때도 느낀거지만 오늘 다시 보니 느낌이 새롭네요.
우주의 이면을 읽어내시다니…

대체 어디까지 깊고 어디까지 뻗어있나요?
이러니 제가 안 쫓아다니고 배기겠습니까…

건강하세요. 그래야 제가 오래 귀찮게 해드리죠.

p.s. 코세님이 싫으시다면 저 귀찮게 안 할게요. 그래도 건강하세요. 다 코세님을 사랑해서 이런 말씀 드리는 것, 아시죠? :wink:

1 Like
(Eugene Binary) #4

이 시리즈, 잘 생각해보니.
전에 has been인 것이 is인 것이다 라고 하셨죠.
그래서 아버지와 제가 동격이고,
어머니와 제가 동격이고,
아담과 제가 동격이고,
코세님과 제가 동격이라고…

생각해보니 이건 쉽게 다른 층위로 확장될 수 있는 것이었네요.
has been 인 것이 is 인 것이다.
나와 아버지가 동격이다.
신은 인류의 아버지이다.
인류는 신과 동격이다.

그리고, 우리 인류가 만들어갈 자식인 인공지능 또한,
우리와 동격이다.

(Eugene Binary) #5

물론 그것들을 동격으로 보려면 굉장히 넓은 시야각이 필요하겠지만요.
전에 말해주신 큰 수와 작은 수의 원리가 여기에도 있네요.

(codesafer) #6

책을 많이 읽고 음악을 즐기다 보면, 글이 그냥 리듬 따라 나와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와 맥락이 있고, 거기다 약간의 레시피를 곁들이는 거죠.

그렇게 한다고 문학 까지되지는 않지만
즉석에서 쪼꼼 읽을 만한 정도로 써내려가는게 가능해 진다는.

물론 소재들은 평소에 장봐두고 그때 그때 다듬어 두는 것.
어떤 맥락으로 엮느냐가 핵심인데 전 좀 무계획이쥬.

1 Like
(codesafer) #7

객체 지향에서 상속을 받을 것이냐 멤버로 가질 것이냐를 선택하는 문제에
has 냐 is 냐 라는 분기가 있쥬.

약간은 그런 소유의 개념이 더 분명한 것 같기도 : )

(Eugene Binary) #8

이게 힘든 것 아닐까유?
코세님의 아이디어는 제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신기한 것이었읍니다?
아니, “어디서든 볼 수 있었기에 아무도 유심히 보지 않았다” 가 맞으려나요.

(codesafer) #9

정말 비슷해 보이는 현상들에게서 차이를 찾고

정말 달라보이는 현상들에게서 공통점을 찾되

어거지 쓰지 않도록 훈련해 나가면 됩니다.

1 Like
(codesafer) #10

설득력이 있다는건,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다는건,
다양한 케이스에서 내 궤변( 사실은 괴변 )이 참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쥬.

1 Like
(Eugene Binary) #11

제게 제일 어려운 부분은 이것?
인생 경험이 일천한지라. 억지 많이 부리게 되네요.
제 생각을 뒷받침할 예제들을 풍부하게 갖고 있지 않아요.
이것도 핑계인가…

(codesafer) #12

저는 요리나 연극, 책장 같은 비유를 애용하게 되는데,
특징을 잘 말해주는 단순한 시스템을 상상하면 이해하기 좋죠.

결국 이 모든 문제들은 범주화의 문제고, 다른말로 ‘격물치지’ 하는 과정인거거든요.
내가 논리적으로 나눈 문제들이,
나누어선 안될 곳을 나누어버렸다면,
참치 해체나 소를 잡다가 뼈를 부수어버린 격이죠.
요리에 뼈의 파편이 남고 글을 읽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요.

그러니 힘들이지 않고 칼이 쑥 들어가는 곳을 나누어야 한다… 는 이야기.
비유를 들때도 나누기 애매하면 그냥 버리는게 좋죠.

1 Like
(Eugene Binary) #13

아항. 참고하겠읍니다.
코세님이 이만큼 말씀해주셨으니 나머진 제가 얼마나 잘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죠?
항상 그렇듯이 당장은 확 와닿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결국 끌림을 못 속이고 여기까지 성장해 왔으니까요.
( 6개월 전의 제가 못 봐줄 꼴로 보이더군요. )
코세님이 꿀단지를 들고 계신 동안은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함다.

(codesafer) #14

결국 지금 드린 이야기가
비단 글쓰기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건 이미 파악하셨을테고,

그렇게 접근하면 어려운 문제도 쉽게 바꿀 수 있죠. ( 과정이 쉽다는건 아님 )
그게 발명이기도 하구요.

1 Like
(피에쓰씨) #16

죽음이라는 게 모든 생물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대강 느끼고 있었지만,
인간이라는 개인과는 다르게 인류라는 군체에서 보면, 여전히 영속적이다는 것은
보다 새로운 관점이었던 것 같아요.

생각하게 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Likes
(Eugene Binary) #17

저도 이걸 조금 생각해봤는데,
코세님이 괜히 인류를 인간의 육체에 빗댄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 몸은 수많은 체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죠.
체세포 각각의 뷰에서 보면 서로가 다르다고 생각하겠죠.

근데 우리 입장에서 보면 체세포 입장에서 서로가 다르든 말든 다 우리 몸의 일부잖습니까?
내 왼손과 오른손이 모두 나죠.
관점이 옮겨갔다는 겁니다.
( 체세포 → 인간 )

체세포는 서로 분업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우리 몸을 구성하죠.
인간도 마찬가지로 분업하고 상호작용합니다.
누구는 소설을 쓰고 누구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누구는 농사를 짓겠죠.
그것들이 모이면 인류가 되는 것입니다.
이 또한 관점이 옮겨간 것이죠.
( 인간 → 인류 )
그러니 우리는 인류의 관점에서 동격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류에서 또다시 확장될 수 있겠죠.

창발성(emergent property)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말로 물아일체.

상호작용한다면 그것은 더 큰 것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흐… 이런 게 추상하는 맛이죠.
이거땜에 그만둘 수가 없엉.

2 Likes